티스토리 뷰
끝나지 않을 것 만 같았던 새내기 직장생활도 이번달을 기점으로 마무리 되어간다. 3년이라는 인고의 시간 끝에 드디어 승진을 했다. 나는 한평생 이런 월급을 받으며 평생을 인내하며 참아야 하는가 늦은 밤 꺼져가는 골목길 사이를 배회한 적도 많았다. 내 생전 단 한번의 승진에 이렇게 많은 급여가 오를 날이 올 줄은 지난 날 겸손했던 나의 마음을 시험이라도 하는냥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동안 신앙과 철학을 지키느라 수고했다고 하늘이 격려하는 것일까? 어찌되었든 허리띠 졸라매던 것을 조금 느슨하게 풀 정도의 여유는 생긴 것 같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얼마 전 부임하신 주재원 상사와 언쟁이 있었다. 사실 내가 감히 상사에게 이를 바득바득 갈며 대드는 날이 오리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대본사 보고서 업무가 어느샌가부터 내가 전담하는 구조가 된 것이 나를 몹시 피로하게 만들었다. 사실 지금 나는 현지인 부서장의 왼팔노릇을 하면서 동시에 수 많은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커버해야하는 입장이다. 사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나는 동의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내 것이 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 것들에 일일히 왜? 를 붙이기 시작하면 회사 생활을 할 수가 없다. 내가 현재 부하직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하는 미덕이 그렇다. 내가 해야하는 말은 네? 가 아니라 네! 이다. 그 네! 안에는 암묵적으로 상사는 퇴근하여도 나는 일이 끝날 때 까지 내 자리를 지켜야한다는 동의가 들어있다. 불합리함에 대한 의심은 반역이요. 아랫사람이 갖추어야하는 미덕이 아니라 악덕이다.
새로 부임한 주재원 상사는 관상이나 풍채에서 이미 인격이 드러나는 분이다. 내가 마땅히 따라야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기 귀국하신 정든 상사의 그림자가 자꾸 겹쳐서인지 나는 근래 반항심이 들끓어서 무척이나 괴로웠다. 사실 어머니가 태국에 놀러온 지난 일주일 동안 제단을 거두고 하루도 기도를 못했는데 이렇게 쉬다보면 감각이 적잖이 무뎌진다. 상황이 이렇게 답답한데 어디서 힘을 끌어와 쓸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무척 힘이들었다. 전 상사와 다르게 이 사람은 자기 얘기를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요. 술자리에서 사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아니다. 저녁 먹을 때 굳이 안해도 되는 회사 얘기를 한다. 이 말은 너랑 나랑 같이 있을 때 회사 얘기 말고 할 얘기가 있냐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개인적인 얘기, 속에 가득 찬 이야기를 하려면 술을 마셔야 되는데 술 먹는 사람도 아니다. 환장할 노릇인 것이다. 술을 안먹는 상사들은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높다.
아무튼 이번주 내내 마음이 무척 피로해진 가운데 나는 도저히 내 욕심일 이길 수 없어서 무척 괴로웠다. 힘을 끌어다 쓰려면 관조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어머니가 놀러와 계신 관계로 이도저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때 내가 할 수 있는 멘탈 작업은 독서뿐이었므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철학책을 부단히도 읽었다. 당연히 요사이를 보내면서 내 멘탈 컨디션은 정말 개박살이 났고 다시 원상태를 감각하기 위해서 며칠을 소모해야했다. 엄마를 다시 한국으로 보내고 식이요법부터 다시 철저하게 했다. 그리고 어제부터 다시 제단에 불을 붙이고 소망을 밝혔다.
요사이 미친듯한 살인 충동과 불만이 들끓는 까닭에 나의 마음은 상당히 피로해져 있다. 도저히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어서 미친듯이 예민해져 있다. 나는 몇일을 두통에 시달려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유가 있었다. 내일은 달이 완전히 사라지는 삭이다. 오늘 묵주를 쥐고 내 마음에 가득찬 살기를 모두 날려버리고 내 욕심을 내려놓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상사에게 온전히 내 몸과 마음을 복종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소망했다. 그리고 불필요한 언쟁을 일으킨 내 자신에게 스스로 채찍질을 했다. 아-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마땅히 경로를 따르는 사람이 부정적인 진동에 휘말리고 잠식당했다는 것은 진정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침습한 힘을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이 사단을 냈으니 나는 부끄러워 할말이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요새 상사와 사이가 안좋다. 컨디션이 안좋다. 좃같다 시발. 진짜 상사 개새끼다. 이랬을텐데 지금의 나는 내 마음을 스스로 관조할 수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상사와의 불쾌한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주말에 출근을해서라도 내 의무와 내 역할을 다 해내게 나를 더 큰 기쁘게 한다는 것을 이미 숱한 경험을 통해 나는 알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시련이 아니라 나를 더욱 긍정적으로 운동시키는 강력한 모티브라는 것을 나는 안다.
한주 동안 나는 내 상사가 나를 이용해먹고 단물 쪽 빨아먹고 버리는, 자기 편의대로 나를 조작한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몹시도 마음이 불편하고 힘이 들었다. 물론 그런 마음이 지금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실 주재원 상사는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래도 큰 문제는 없다. 왜냐하면 3년 뒤에 우리는 서로 얼굴 볼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면 인간 관계라는 것은 정말이지 큰 슬픔이다. 특히 태국에 머물며 앞으로 평생 상사들을 맞고 보내야하는 나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운명이다.
이런저런 사정을 알면서도 한편으로 나의 어리석은 마음은 또 하늘을 보고 불평을 한다. 나한테 온갖 잡무를 시키면서도 수고했다 한마디 안하는 이 형을 볼때마다 나는 좀 침울하고 지친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하랴. 한편으로는 이 형 마음도 이해가 된다. 외벌이하는 가장으로서 아내와 자식들을 키우는게 오죽 힘이들까. 이 사람도 이 사람의 가치관과 신앙을 지키느라 무지 애쓰고 사는게 틀림 없을 것이다. 내가 배려해야지 하면서도 장난 없는 이 회사생활을 이어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내 안위와 평안에 경도되는 것은 내가 반성해야할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하지말아야 할 일들을 인지하며 그 선을 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그치고 바라볼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해 중심을 잡았다. 초를 키고 향을 피웠다. 시나몬이 피어오르는 공중에 내 분노와 악덕들을 모두 실어보냈다.
지난 한주 동안의 나의 온갖 행위들을 되돌아보았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반성하는 힘이다. 그것이 인간사의 모든 일들을 교환가치로 환원시키는 작금의 시대를 구원하는 가장 현명한 길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신은 나에게 어떤 계시를 내리고자 함일까? 나는 사실 지금 무지 애쓰고 있다. 어리석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 스스로의 에고를 내려놓느라 매우 애쓰고 있다. 스스로의 몸에 칼로 글자를 새기며 내 온갖 욕심을 내려놓는다.
요사이 나를 몹시 괴롭히는 것은 이와같이 스스로에게서 나는 악취 때문이다. 더럽고 때묻은 악취 속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피할 수 없다. 온몸에서 나는 이 악취는 불꽃에 모두 태워질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어디 좋은데로 해외 여행간다고, 고급 호텔에서 호캉스한다고, 친구들 불러서 술 마시고 하소연 한다고 이 악취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뭐랄까 악취를 가리기위해 후각을 더 강하게 자극하는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루어지는 회복 소위 말하는 힐링이란 얼마나 가상의 것인가. 그것은 분명히 환영(Fantasmagoria)이다.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고 신앙에 대한 미친듯한 갈증으로 온 밤을 지새고 헌신하며 사무치는 과정을 통해서 그리고 새벽 별이 비추는 밤에 나를 온전히 녹여내는 귀의만이 나를 이 고통 속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다. 그러고보면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한가. 한장의 보고서와 월급의 격차에서 나는 무너졌다가 우월해졌다가를 반복한다.
'[순례자] 소우주 > 즐거운 회사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국] 태국에서 일하기 017 (0) | 2024.07.11 |
---|---|
[태국] 태국에서 일하기 016 (1) | 2024.07.01 |
[태국] 태국에서 일하기 014 (3) | 2024.03.04 |
[태국] 태국에서 일하기 013 (2) | 2023.11.18 |
[태국] 태국에서 일하기 012 (0) | 2023.11.11 |
- Total
- Today
- Yesterday
- [문서번호] 200505 'Community Marketing' เมื่อ Human Touch ในโซเชียลคึกคัก
- [문서번호: 200527 เสี่ยงตกงานพุ่ง : คอลัมน์ วงล้อเศรษฐกิจ]
- [문서번호] 200527 ยุโรปเริ่มผ่อนคลายมาตรการโควิด-19 เพื่อเอื้อธุรกิจท่องเที่ยว
- [문서번호] 200505 เหตุผลผลักดัน TikTok สู่การเป็นแพลตฟอร์มมาแรงแห่งยุค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