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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국에 다녀왔다. 한 겨울에 가는지라 날이 많이 추울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연말이란 굽이쳐 흐르는 유구한 시간이 공간화되는 중요한 국면이다. 이로써 나는 지난 해 무엇을 하고 살았으며, 그 결과 어떤 성과들이 있었는지 언급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이와 같이 문을 닫는 행위로서 가두리치는 힘이 없으면 살긴 사는데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갈무리하여 이야기할 수 없게 된다.
언어 활동으로 비유하자면 굽이쳐 흐르면서 작은 알갱이로 흩어지는 매일의 삶은 발화다. 오직 이것에서 저것으로 변화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하나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잘게 쪼개지기만 할 뿐이다. 발화라는 것은 운동성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정되지 않고 나아가기만 할 뿐이며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으로 특질화된다. 분절되는 것이며 이것에서 저것이 되는 가능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곧 원인과 결과라는 양상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이 무엇이 계속해서 변화하기만 할 때 혹은 변화하는 양상에만 주목하고 있을 때 우리는 무엇이 어떠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것은 동그라미 입니다. 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있는 순간에도 이미 그것은 변화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을 무엇이다 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원천을 제한해야 한다. 언어 활동에서 이것은 문법으로서 체계를 말한다. 체계라는 것은 하나의 관계성이다. 이것과 저것이라고 하는 관계성을 토대로 도저히 언명할 수 없었던 것을 무엇이다 라고 일컫을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연말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쪼개지며 분절되는 삶의 순간들을 하나의 큰 단위로 묶어 말할 수 있게 하는 구조이다. 이게 왜 관계성이냐면 한 해는 지난 해와 혹은 이듬 해와 대비되면서 분절되기 때문이다. 관계성이라는 것은 곧 극성에 비추어보는 것이다. 따라서 연말 요맘 때의 가장 중요한 행위는 기록이며 상기해보는 것이다.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추수하여 거두어보는 것이다. 유형화시켜 어떤 패턴을 찾고 의미를 찾는 것이다. 그리하여 태워버릴 것은 태워버리고 거둘 것은 거두는 것이다.
한국에 다녀온 것은 이와 같은 여정에 방점을 찍고 갈무리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태워버릴 것들을 확인하고 이듬 해 빈 바탕으로 새로운 동력을 기름부음해야 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건데 새로 오신 주재원 형님한테 너무 많은 짜증을 내고 나도 모르게 욱하는 모습들이 있었다. 태국인 상사에게 화가나서 혼자서 중얼중얼 거린적도 많았다. 이게 무엇이냐면 운동성이자 발화로서 '변화하는 국면'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문법, 내 정신의 배후에 또아리를 트고 있는 '고정 관념' 들을 말하는 것이다. 태워버릴 것들을 확인한다는 것은 이와 같이 이미 분절되어 고정되어 버린 내면들을 말한다.
한국에 다녀오고 나서 나는 주말에도 출근을 했다. 어제 토요일 점심을 먹고 출근해서 밤 10시 반까지 일을 했다. 오늘 일요일도 마찬가지다. 태국인 상사가 일을 똑바로 안하냐고 한바탕 쏟아부었다. 그러면서 미안했는지 너네가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일이고 슬픈 일이라고 했다. 나는 솔직히 말하면 '뭐 이런 병신같은 소리'가 다 있지 하고 웃었다. 근데 자기도 알긴 알 것이다. 이렇게 하드하게 몰아치기만 하면 어느 순간 자기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올 한해 이와 같은 변화의 국면에서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런데 내년에는 다르다. 나는 이와 같이 격렬한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 그 진동 위에서 유쾌함을 한껏 뽐낼 것이다. 진동에 올라탄다는 것은 이와같은 흐름에 저항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저는 쉬고 싶은데요. 일하기 싫은데요. 저는 여자친구도 있고 데이트도 해야하는데요. 저녁 밥은 6시에 먹고 8시에는 헬스장 가야하는데요. 그럼 저는 언제 쉬어요? 이와 같은 내 삶을 규정짓고 있는 요소들이 바로 문법이다. 변화에 저항한다는 것은 문법이 강제하는 힘을 거스를 수 없어 그 안에서 괴로워하는 것이다. 나는 이와같은 나의 문법 체계를 포기한다. 나는 내년 이맘때 우물 밖으로 뛰쳐나갈 잠룡이다. 힘을 비축하여 적절한 시기 한 점에서 터뜨린다. 내년의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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