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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주말의 창가는 한 없이 청초하다. 바야흐로 3월이다. 사시사철이 뜨거운 이곳은 벚꽃 지는 걸 보니 푸른 솔이 좋아 하는 시인의 정서는 없다. 삼월 온 몸에 새 순 돋고 꽃샘바람 부는 긴 우주에 앉아 진 종일 편안하다는 따스함도 없다. 한 낮의 입천장은 어쩌면 이다지도 청명한지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다. 나는 밤낮 없이 매일을 이 파랑 속에서 항해하며 바람이 닿는 어딘가로 향한다. 숭고함 가운데서도 어딘가 불쾌하다. 시간의 주는 냉정하기 그지 없어 매일 일어나 매일 주어진 의무 앞에 경배하고 정해진 시간에 잠들어야 하는 나는 외롭다. 그러나 게으름과 두려움을 혐오하시는 나의 주께서는 불평과 하소연을 허락하지 않으시니 나는 침묵하는 가운데 마음 속에 들끓는 유황을 숨긴다. 

 

주말 없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일만한지 벌써 반년이 다되어간다. 워라밸 같은건 없다. 그런데 꼭 노동 시간만큼의 개인의 시간을 보장 받는 것이 반드시 의미있는 삶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남는다고 하여 더 잘 쉬거나 더 잘 무엇을 해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요사이 매일 내가 원하는 어떤 형태의 삶을 포기하고 의무 앞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헌신한다고 하여 불행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중용이다. 흐트러짐 없이 과녁의 정중앙을 향하는 집중이며 다함이다. 끝내 정금같이 나오고자 하는 자, 내가 가진 것을 단 한톨도 내어놓지 못하면 끝내 그것을 취할 수 없다. 그런데 시간의 주는 철학하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 무응답으로 응답하시는 신에게 나는 불경한 마음을 갖는다. 범사에 감사할 줄 모른다. 

 

그러나 화염과 힘의 주님이 눈을 감지 않고 언제나 지켜보고 계시니 나는 나의 나약함을 고백하고 두 손을 한 가운데로 모은다. 우리 마음에 용기를 심으시고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우리를 지키소서. 그대의 뜻 안에서 승리를 이루며 바른 길을 걷게 하소서. 내가 가는 길을 주께서 아시나니 이 화염을 지나 정금같이 나오게 하소서. 이제와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