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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이직한 나는 작은 조각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항해하고 있었다. 이렇게 막막하고 거대한 바다를 오가면서 느끼는 좌절과 공포가 참 많았지만 항해를 포기하는 순간이 바로 사망선고 이기 때문에 공포를 용기로, 좌절을 나를 정금같이 나오게 하는 용광로로 믿으며 2년이라는 시간을 달려왔다. 물론 정확히 따지자면 1년 7개월이다. ㅡㅡㅋ

 

우리 조직이 나에게 원하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까마득하다. 작은 사기 그릇에 바다를 담으려고 하니 아득함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정확한 논리와 이해력을 바탕으로 한 보고서 작성, 그리고 스크립트 없이도 정확히 통역해내는 순발력과 언어능력. 아- 나를 정말 절망의 구렁텅이로, 깊은 마리아나해구로 쳐박는 저 무시무시한 심연 앞에 나는 너무나도 괴롭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절망에 빠진다.

 

내가 느끼는 이 압박과 공포를 어디서라도 얘기하면 "너네는 불만이 많아"라고 하는 선배들 밖에 없다. 지들은 마치 다 지나온 것 처럼 말하지만 사실 안 겪어본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어떤 심리학자는 이렇게 불필요한 감정소모와 공포, 모호함만을 조장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얼굴없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나 같은 현지채용들은 얼굴없는 사람들이 내뱉는 말들을 조심해야한다. 해외에 정착하고자 우리들은 저 얼굴없는 사람들을 잘 보아야 한다. 가스라이팅의 원천이다. 해보지 않았으나 교묘하게 자신들은 해보았으며 이겨낸 사람들인양 포장한다. 진정 저들의 월계관에서 헤라클레스의 열두과업이 빛나는가 유심히 보아야한다. 

 

이런 번민 속에서 어제는 무시무시한 공포 속에서 24시간을 떨었다. 내 정신은 분열되는 것 같았고 결국 몸이 이기지 못해 몸살이 나고야 말았다. 내가 아프고 너무 힘들다는 얘기를 할 수 있는 곳은 선배님들이 아니요, 친한 형 누나들이 아니라. 오직 신앙의 바다 위에 떠오르는 별 뿐이다. 내뱉을 수 없는 말을 들어주시는 분은 하늘의 마리아요, 사막의 이시스라.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나를 정금같이 나오게 하소서.